학생독립만세 : 취업하기 전에는 수강료 못내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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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독립만세 : 취업하기 전에는 수강료 못내겠는데요?

문과를 나와 취업을 하려고 보니 정말 만만치가 않았다. 졸업할 즈음 인공지능, 플랫폼 등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니 이건 운 좋게 취업을 해도 그 직무가 그리 오래 안정감을 줄 것 같지 않았다. (물론 그 직무를 원하는 마음이 강하지도 않았다.) 용기를 갖고 기술을 배우기 위해 교육 신청을 했다. 2년 전에는 한국생산성본부에서 국비지원이 되는 빅데이터 과정을, 4개월 전에는 소득공유 후불제교육을 제공하는 학생독립만세라는 스타트업을 통해 디지털마케팅 수업을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스템으로 볼 때 국비지원교육의 경험은 최악이고, 후불제교육은 좋았다. 강사나 교육분위기 등은 어떤 수업이냐에 따라 다르기에 비교가 어렵다.

0원, 공짜, 교재사줘, 용돈도 줘. 다 줘.

우선 국비지원교육의 좋은 점부터 말해보겠다. 무료다. 말 그대로 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인재양성을 하기 위한 정책인 만큼 국가가 비용을 전액 지원해주고, 10만 원도 더 될 것 같은 다양한 교재도 전부 제공해준다. 거기에 매달 취업장려금도 준다. 30만 원인가 줬던 걸로 기억한다. 비용 걱정이 없으니까 정말 편하고 밥값도 절약되고 너무 좋은 정책이다.

노트북이 없어도 현장에 컴퓨터가 있기 때문에 그걸 사용하면 된다. 이건 사실 단점이 되기도 한다. SQL이나, 파이썬 등을 배우면 사실 수업만 들어서는 다 까먹는다. 복습을 안 하면 다음 수업 따라가기도 쉽지가 않은데, 컴퓨터가 강의실에 있으니 집에 가서 복습을 하는 게 안 된다. 그냥 거기서 복습을 다 마치고 가야 하고, 관련 프로그램과 자료도 다 그 컴퓨터에 있으니 그 강의실을 벗어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좋은 점은 생각을 많이 했는데 여기까지다(그마저도 이미 단점을 말하긴 했지만)..

모르는 걸 묻지마라. 강사는 더 모를테니. 개선은 원하지 마라. 그럴 이유가 없을테니.

정말 중요한 교육의 질에 대해 말해보겠다. 강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문제는 강사의 역량이 낮거나, 게을러질 때 시스템 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 여기 수강생을 전부 좋은 곳으로 취업시키는 게 목적이 애초에 아니다. 출석체크만 꼬박꼬박 하면 된다. 세명의 강사가 있었는데, 처음 SQL을 가르쳤던 강사님은 많이 가르쳐보셨는지 본인이 제작한 강의자료도 있고, 막힘없이 수업을 진행했다. 관련 지식 전무했던 나도 자신감이 붙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전체 강의의 80% 이상을 담당한 강사님은 전반적으로 최악이었고, 매 수업이 실망의 연속이었다. 우선 수강생들이 알아듣게 강의를 하지 않았다. 대부분 배경지식이 전무한 상태이기에 이해하도록 전달하는 게 정말 중요했다. 또 시중에 파는 교재로 진행을 하는데, 본인이 가르치다가 막혀서 진도를 나가질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강사님은 앞에서 “왜 안 되지?” 이러고 있고, 수강생 중 이전에 파이썬이나 개발을 해본 수강생의 근처로 다른 수강생이 몰려가 이것저것 물어보는 이상한 풍경이 펼쳐졌다. 얼마나 강의 준비를 안 했는지 보이는 부분이다.

진짜 문제는 개선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미 국비지원 조건은 충족했고, 출석체크도 잘해서 겉으로 보기엔 문제가 없어 보이기에 크게 개선을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2/3 정도 수강하고 더 이상 하는 건 시간낭비라 판단하여 인턴을 알아봐 도망치듯 그만뒀고, 그 이후 간혹 연락을 하는 동기들 중 프로그래밍 백그라운드가 없는 사람이 커리어를 그쪽으로 시작한 경우는 거의 보질 못했다.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취업 안.. 아니 못하면 돈 못 냅니다 저는

2년의 시간이 흐르고 유사한 상황이 왔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디지털 마케팅 광고를 봤다. 후불제 교육, 그러니까 취업 전에는 300만 원이 넘는 수강료의 1/10만 내고 취업을 하면 나머지 금액을 월급의 일정 비율로 지불하는 제도가 눈에 띄었다. 비싼 수강료를 지금 안 내도 된다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우리가 취업을 못하면 얘네도 돈을 못 버는 거니까 우리 취업시키려고 진짜 열심히 할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컸다. 3년 내에 취업에 실패하면 수강료를 안내도 된다. 좋은 제도라고 생각했다. 이 기간 안에 이 수강료를 내지 않으려고 일부러 취업을 안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소개 페이지를 주-욱 봤다. 우리가 회사를 알아보기 위해 잡플래X이나 블X인드를 들어가지, 회사 홈페이지를 들어가진 않듯 후기 등은 당연히 좋은 건만 있을 테니까 커리큘럼과 이전 기수가 어떤 회사에 취업했는지 정도를 유심히 봤다. 대신 국비지원의 형편없는 강사의 실력에 당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에는 누가 가르치는지를 꼼꼼히 봤다. 강사에 대한 프로필도 나오고, 강사님이 운영하는 블로그도 들어가서 보고 주변 지인에게 물어봐도 추천을 해줘서 신뢰감이 확 갔다.

취업을 반드시 시켜야 하기 때문일까. 이를 위한 강의 관리도 철저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수강인원이 나까지 13명 정도였다. 이전 국비지원이 40명 정도인 것에 비해 훨씬 적어 강의 분위기도 흐트러지지 않고 좋았다. 들어보니 지원한 사람만 900명이 넘었는데 전부 걸러냈고, 제대로 수업 안 따라가는 이전 기수는 자르기도 했다고 한다. 목표에 정확히 부합하는 과정이었다.

학습목표
실제 교과서 학습목표
학생독립만세 과제
디지털마케팅 실제 과제(상당히 어려운 과제였..)

출석체크는 물론이고, 매번 과제도 있고 이를 철저히 관리하는 조교님도 계셔서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수업에 임할 수 있었다. 실용교육은 학습목표가 특히 중요하다. 강의를 들으면 대충 이해한 것 같은데 실제로 할 줄 아는 게 없다면 시간낭비다. “~을 할 수 있다” 식의 학습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적절한 과제를 부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데, 디지털마케팅 수업은 다행히 그 점을 제대로 반영했다.

일방향 수업이라면 굳이 라이브로 할 필요는…

아쉬운 점은 의외의 지점에서 발견되었다. 코로나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수업의 중간 정도 지난 무렵 수업이 zoom을 통한 온라인으로 변경되었다. 수업이 온라인화 되면서 온라인 수업과 이전의 오프라인 수업의 아쉬운 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기초 이론 수업은 온라인에서도 똑같이 이뤄졌다. 나는 굳이 이 강의를 생방송으로 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루한 적이 많았다. 아마 나를 포함해 대부분이 수업 집중도가 오프라인에 비해 확 떨어졌을 것이다.

거꾸로수업을 도입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구글애널리틱스 이론을 배운다면 이걸 강사가 녹화를 해서 사전에 제공을 하고, 현장에 와서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또한 가장 효율적인 매체가 무엇인지, 왜 그런 것인지, 어떤 것을 개선하면 좋을지 등 프로젝트 식의 수업(액션러닝과 Project Based Learning)을 구글애널리틱스 지표를 보며 공부한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모두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에필로그

디지털마케팅 수업을 다 듣고 현재 나는 디지털 마케터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기 위해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수업을 찾아보면서 코드스테이츠의 디지털 마케팅 수업도 함께 고려했다. 코드스테이츠도 후불제교육이기 때문에 시스템적인 매력은 학생독립만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내가 학생독립만세를 선택한 것은 강사에 대한 소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독립만세의 디지털마케팅 수업은 다음 기수가 언제 열릴지 모르겠으나, 코드스테이츠는 현재 모집 중이니 퍼포먼스 마케터, 디지털 마케터, 그로스 해커 등에 관심 있는 분은 수강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P.S. 차라리 국비지원을 이런 교육과정에 해줬으면 세금이 아깝지 않겠다. 진.심.으.로.

교육학과의 취업교육 리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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